▣ 이 세상과 하나님 나라 / 마가복음 9:30-37 (211024. 주일예배) ▣
‘누가 크냐?’는 것으로 이 세상이 나누어져 있고 그 상태로 이 세상이 세워져 왔습니다. 국가 간에도, 한 나라 안에서도, 지역 간에, 계층 간에 서로 ‘누가 크냐?’로 싸워왔고, 앞으로도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다름 아닌 세상이 세워져 가는 원리요 사람 사는 사회의 본질을 구성하는 원칙입니다. 본문을 통해서 이렇게까지 볼 수 있는 것은 본문 안에 하나님 나라의 본질이 제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문은 이 세상 곧 사람의 나라와 하나님의 나라가 대비(對比)되어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은, 8장 말미에서 ‘비로소’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말씀하셨던 주님께서 두 번째로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말씀하신 대목입니다. 그만큼 중차대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서로 ‘누가 크냐?’ 하고 쟁론했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이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세상의 본질과 원리대로 제자들도 따를 수밖에 없지 않았겠습니까! 아직까지는 제자들도 하나님 나라에 관한 지식과 예수님에 관한 믿음을 온전하게 지니지 못했을 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서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보여 주셨습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뭇 사람의 끝이 되며 뭇 사람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을 섬기는 자가 천국에서는 첫째가 된다고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섬긴다는 것은 종노릇하는 식이니 이런 상태를 어찌 첫째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은 첫째냐 몇째냐 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뜻으로 하신 말씀입니다. 달리 말하면 천국에서는 첫째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누가 크냐 하는 문제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그런 의문 자체가 아예 없다고 하신 것입니다. 그러니까 서로 섬기는 나라인 것입니다. 이 점에서 하나님 나라와 세상은 완전히 구별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어린 아이 하나를 영접하는 것이 곧 예수님을 영접하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결정적으로 ‘내 이름으로’ 곧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한 어린 아이를 영접하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어린 아이를 영접하는 행위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그리스도의 대리인으로서 어린 아이를 영접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결국은 내 자신이 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나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누가 크냐?’라는 쟁론이 성립될 수 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어린 아이 하나를 주님의 이름으로 영접하라고 하신 것은 어린 아이 하나도 우리는 자신의 이름으로 영접하여 섬길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신 것입니다. 즉 주님을 의지하여야 만이 우리가 어린 아이 하나라도 섬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렇게 섬김의 본질을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섬기시기 위해 오셨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본문의 어린 아이 하나는 죄인 된 우리 모두를 가리키는, 우리 모두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 앞에서 어린 아이로서 끝까지 주님의 섬김을 받는 존재인 것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러니 ‘누가 크냐?’는 싸움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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