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 요한복음 3:9-15 (211017. 주일예배) ▣
본문에서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장대에 매단 일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실 일을 비교하신 것은 매우 뜻 깊습니다. 하나님 나라와 중생의 밀접한 관계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과정에서 십자가의 죽음을 거론하신 것은 중생 자체가 십자가의 죽으심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리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중생 없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거나 그 나라를 보고 경험하는 것을 생각할 수 없듯이, 십자가 없이는 중생을 말하거나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신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중생의 가장 깊은 비밀, 그 근본 토대에 대하여 가르치고자 하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중생에 대하여 생각할 때, 그 은혜를 입고자 할 때 어떤 대단하고 격정적이며 극적인 체험을 사모하기보다는 먼저 중생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생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는 아무 상관없이 그저 성령께서 그 원하시는 대로 우리에게 베푸시는 독특하고 고립된 은혜가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의 죽으심에 근거하며 그것을 토대로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혜인 것입니다.
본문 말씀에서 예수님께서 중생과 관련하여 가르치고자 하신 중요한 내용을 정리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중생은 분명히 성령님의 주권적이며 신비한 역사를 통하여 우리에게 실현되는 것이 사실이나 중생의 근거는 어디까지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곧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인을 위하여 이루신 구속에 있는 것입니다. 오직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속을 토대로 성령께서 우리 안에 새 생명이 시작되게 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 옛 사람이 죽고 그와 함께 새 생명으로 사는 이 은혜를 받아 누리는 형식은 오직 믿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령님의 주권적이고 신비한 중생의 역사는 우리의 믿음과 함께 가는 것이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중생은 특별한 몇몇 사람만 경험하는 특수한 제한적 경험이 아니요 십자가의 은혜나 그에 대한 믿음과 무관하게 경험하는 고립된 경험이 아니요 모든 신자가 경험하는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구원 경험인 것입니다. 우리가 항상 들어온 복음의 내용과 다른 특별한 내용이 아니요 이미 우리가 친숙하게 들어온 바로 그 내용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우리가 이렇게 친숙하게 들어온 복음의 내용이 실은 참으로 깊고 신비로운 일인 것입니다.
밤중에 찾아온 니고데모와의 대화가 얼마나 길었는지 알 수 없으나 하나님 나라의 일을 묻기 위해 찾아온 그에게 예수님께서는 먼저 중생에 대하여 가르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며 그 나라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생하여야 한다, 즉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께 속하게 되는 근본적인 변화, 곧 영적 새 출생의 은혜를 경험하여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중생은 성령의 주권적인 역사요 신비로운 일일 뿐 아니라, 십자가와 믿음, 그리고 영생과 뗄 수 없이 연결된 참으로 넓고 깊은 것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중생은 영적으로 새로 출생하여 하나님과 교통하는 가운데서 누리는 특별한 생명에 들어가는 것이요 이러한 영생의 근거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이며 이 생명을 받아 누리는 형식은 바로 믿음이라는 사실을 알리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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