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약의 표징 / 창세기 17:1-14 (210919. 주일예배) ▣
선지자 엘리야의 기사 속에서 드러난 ‘죽어야 산다’는 구원의 진리가 아브라함이 시험 받은 사건 속에서 이미 ‘제물을 통한 죽음’의 계시로 주어진 것을 지난주에 확인했는데, 그런데 아브라함이 결정적 시험을 통해 받은 이 계시 역시 그의 생애(生涯) 가운데에서 이미 앞서 주어졌었다는 사실을 오늘 살피고자 합니다. 죽어야 산다는 계시가 이미 아브라함에게 주어졌다고 한 그 내용은 다름 아닌 언약의 표징(表徵)인 할례를 받으라고 하신 명령의 말씀입니다. 다시 말하면 언약을 몸에 새기라고 하신 말씀입니다.
‘언약을 몸에 새기는 것’이 바로 할례인데, 할례로 상징된 그 언약의 본질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하나님이 되시고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편에서 볼 때,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는 것이 언약의 본질인데, 이 언약을 몸에 새기라고 하신 것입니다. 곧 할례는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심을 몸에 새기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이 사람과 맺은 언약은, 그 사람의 존재에 지울 수 없는 깊은 흔적을 남긴다는 뜻입니다. 즉 언약에 의해서 남겨진 그 지울 수 없는 깊은 흔적이 할례의 본질인 것입니다.
다음 주에 볼 창세기 15장의 언약체결이 하나님 편에서 친히 아브라함과 더불어 언약을 맺으심으로써 그에게 주신 약속의 토대와 근거를 밝히시고 그 진실성을 보증하신 것이라면, 할례는 이 언약이 우리의 존재 속에 새긴 지울 수 없는 흔적, 곧 언약이 초래한 근본적인 변화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제물을 통한 죽음으로 인해 일어난 근본적 변화, 그 죽음을 근거로 일어나는 변화를 가리킨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창세기 17장 서두에서 “내 앞에 행하여 온전하라”고 명령하신 것은 언약에 의하여 초래된 이런 근본적인 변화에 합당한 삶을 살 것을 요구하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약 성경에서 할례의 의미를 설명한 것을 참고할 경우 아브라함이 언약에 참여함으로써 겪은 변화가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 구절이 골로새서 2:11-13입니다. 이 말씀에 따르면 믿는 자는 그리스도 안에서 손으로 하지 않은 할례 곧 육적 몸을 벗는 할례를 받았는데, 이 할례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와 함께 다시 부활하는 신령한 세례, 곧 그리스도 안에서 옛 사람이 죽고 새 사람으로 다시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말하자면 할례는 성령께서 행하시는 세례, 곧 옛 육적 사람이 죽고 새 사람으로 다시 사는 신자의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할례와 관련하여 우리가 붙들어야 할 말씀의 요점이라 한 것, 곧 우리 속에 깊이 새겨져서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남도록 한 우리에게 일어난 그 근본적인 변화가 무엇인가가 이렇게 밝혀졌습니다. 그 근본적인 변화는 다름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 옛 사람이 죽고 새 사람으로 다시 사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께서 행하신 세례입니다. 구약 속에서 언약의 표징으로 시행된 할례가 궁극적으로 가리켰던 것이 바로 이 성령 세례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된 ‘죽음으로써 사는’ 구원의 진리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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