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납과 용서 / 골로새서 3:13 (210509. 주일예배) ▣
요즘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이 입어야 하는 성품의 옷이 어떤 것들인가에 대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자비와 선함과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 등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옷을 우리에게 소개했던 바울은, 이제 ‘용납’과 ‘용서’라는 옷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누가 허물이 있어 책망 받을 일이 있다면, 그리스도인은 그들에게 칼과 망치를 들이대기 전에 먼저 용납하고 용서하는 자세를 보이라는 말입니다. ‘용납한다’는 말은 ‘참고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본성대로 하자면 어떤 감정적 표현이나 격한 행동이 나갈만한 그런 허물을 가진 자에게도 쉽게 대하지 않고 관대히 대한다는 뜻입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교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우선 병원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교회는 죄인들을 위한 병원이지, 거룩한 사람들만 스카웃 해다가 모아 놓은 곳이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는 교회 안에서 온전하지 못한 그리스도인들을 너무나 많이 접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요 현실입니다. 불완전하고 허점투성이인 인간들이 교회 안에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런데 공사 중인 건물을 보고 ‘왜 이렇게 어지럽혀져 있느냐? 왜 카페트가 깔려 있지 않냐?’고 따진다면 그 따지는 사람이 어리석은 법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공사 중인 교인들의 혼잡스러운 것 때문에 불평을 하기 전에 우리는 모든 신자들이 성숙한 사람으로 지어져가고 있다는 점을 유념하면서 서로를 용납하는 일을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그 다음은 피차 ‘용서하는 성품’을 추구하라고 합니다. 여기서 ‘용서한다’는 말은 ‘죄를 사해준다’는 말과는 다른 단어입니다. 이 말은 ‘은혜’라는 말에서 파생된 말로 ‘은혜를 베풀다, 거저 나눠주다’라는 뜻입니다. 그 안에 상대의 허물에 대한 용서도 포함되지만, 우선적인 의미는 ‘내가 대가를 받지 않고 상대의 빚을 탕감해 주다, 돌려받을 기대를 하지 않고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내가 가지고 있다면 거저 나눠 준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용납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입니다. ‘용납’이 상대의 허물을 그대로 두고 그것을 내 쪽에서 참아내는 것이라면, 이 ‘용서’는 내가 적극적으로 상대의 허물을 지워주는 것을 말합니다. 내 마음의 수첩에서 상대의 잘못한 목록이나 나에게 상처 입혔던 허물을 지워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가 요청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물론 교회가 죄를 짓는 것을 무조건 묵인하고 격려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교회는 죄를 묵인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되기에 마태복음 18장 등에서 ‘거룩’과 ‘경건’을 파괴하는 죄에 대한 교회의 처리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죄인에 대한 용서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같이 너희도 그리하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용서하고 은혜 베푸는 힘은, 자기가 하나님께 갚을 수 없는 빚을 탕감 받은 자인 줄 아는 데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성경이 말씀하시는 신앙생활은 그렇게 힘들고, 드러나지 않으며, 자랑할 것이 없는 일들을 하염없이 해 나가는 데에 그 진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 일을 위해 기도하며 애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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