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 요한복음 8:1-11 (200920. 주일예배) ▣
본문은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간음하는 현장에서 붙들린 한 여인을 예수님께 끌고 온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이 여인을 예수님께 끌고 온 저들의 숨은 동기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율법에 어긋난다는 확증을 얻음으로써 예수님을 정죄하여 죽이거나 최소한 예수님으로 하여금 더 이상 이스라엘을 가르치겠다고 나설 수 없게 하려 하였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무 말 없이 땅바닥에 글을 쓰기 시작하셨는데, 글을 쓰시다가 저들에게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시자 저들이 양심의 가책을 받고 다 돌아가 버렸다고 한 만큼 아마도 저들의 죄를 지적하는 내용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예수님께서 쓰신 글과 저들에게 하신 말씀은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하고서 범죄 한 자를 돌로 쳐야 한다고 음성을 높이는 바리새인들로 하여금 바로 그들 자신의 죄와 맞닥뜨리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통하여 모든 인간이 율법 앞에서 얼마나 연약한 자인지, 부패한 성품을 따라 항상 악을 행하는 자요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율법의 의와 선을 실행할 수 없는 무력한 자로서 정죄 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율법을 주신 것은 자신의 부패한 성품과 무능함을 깨닫고 자신에게서 시선을 돌려 오직 하나님의 긍휼을 바라보게 하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예수님께서 저들에게 가르치고자 하신 내용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저들이 오히려 예수님께 나아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은혜를 구하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도 남지 않고 다 떠나버렸고 예수님께서 참으로 저들에게 안타까이 전하고자 하신 하나님의 사랑은 오직 이 죄 많은 여인 혼자의 몫이 되었습니다. 무리가 다 떠난 후에 예수님께서 이 여인을 향하여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사람의 행위를 책임 물으시는 하나님으로서, 그러나 너 같은 죄인을 위해 죽으사 네 죄를 사하시는 구주로서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라’고 선언하신 것이요 이것은 죄인인 그가 이제 죄에서 놓여나 의롭다하심을 받게 되었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자신을 정죄하여 죽이려는 의롭고 경건한 자들을 향하여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신 예수님의 이 말씀이 여인에게는 전혀 다른 뜻으로 들렸음이 틀림없습니다. 그의 말씀에서 단순히 자신의 처지를 동정하는 자애로운 분을 본 것이 아니라 돌에 맞아 죽을 이 죄까지도 용서하시며 정결케 하실 수 있는 권세를 보았으며 이 분에게 부끄러운 나를 맡기고자 하는 믿음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이미 여인은 용서받고 정죄에서 벗어났으며 정결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인은 예수님으로부터 죄인을 용서하시고 그를 의롭다고 여겨주시는 은혜만을 경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어 말씀하시기를 ‘지금부터는 더 이상 죄를 범하지 말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은 단순히 계명을 지키라는 엄중한 계명을 다시 확인하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계명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철저히 깨달은 죄인으로 하여금 그 무력함에서 벗어나 기쁨으로 순종하게 할 더 깊은 은혜가 있음을 알리신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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