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의 제도와 질서 / 베드로전서 3:1-2 (230604. 주일예배) ▣
바로 앞에서는 죄로 말미암아 왜곡되고 변질된 가장 불행하고 비참한 인간관계, 곧 노예와 주인의 관계를 예로 들어 신자로서 합당하게 취해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가르쳤습니다만, 오늘 말씀은 모든 인간관계의 시작과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예로 들어 신자의 도리에 대하여 가르치고자 합니다. 언뜻 아내는 남편에게 한없이 순종적이며 설사 믿지 않는 남편과 사는 경우라 할지라도 말보다는 경건하고 순결한 행실과 삶으로 감화시키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일을 권하는 것으로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와 같이”라는 말로 시작함으로써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바로 앞에서 취급한 노예와 주인의 관계에 관하여 가르친 내용과 연결 지어 이해할 것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죄로 말미암아 뒤틀리고 변질된 나머지 불행하고 비참하게 된 상하 인간관계에 관하여 가르친 내용을 염두에 두고서 남편과 아내에 관한 가르침을 이해할 것을 알리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오늘 말씀을 조금 주의 깊게 살펴보면, 순종적이며 경건하고 순결한 삶으로 ‘믿지 않는 남편’을 감화시키는 아내의 아름다운 모습 이면에는 심상치 않은 사정이 감춰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고달픔과 고통과 슬픔은 노예와 주인의 비참하고 불행한 관계와 관련하여 주신 말씀을 마음에 품고서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어렵고 힘겨운 것임을 알리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아내들아 이와 같이 자기 남편에게 순종하라”고 합니다. 부패한 성품에 여전히 시달리는 우리로서는 남자든지 여자든지 남에게 순종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말씀은 그 이면에 감취여 드러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참으로 엄청난 일을 요구하는, 누구도 선뜻 나서서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할 수 없는 명령입니다. 그런데도 이어지는 말씀은 “이는 혹 말씀을 순종하지 않는 자라도 말로 말미암지 않고 그 아내의 행실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게 하려 함이니, 너희의 두려워하며 정결한 행실을 봄이라”고 합니다. 더욱이 남편이 믿지 않는 경우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는 모든 일에서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남편에게 순종해야 하는 아내가 믿는 자일 경우 남편의 말에 순종하는 것이 믿음의 문제와 충돌하게 되면 그 갈등과 고통이 참으로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품이 온유하고 살가워서 아내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남편이라면 그나마 낫겠으나 아무리 간절한 마음으로 권하여도 마이동품이요 비웃거나 호통이나 내지르는 남편이라면 흔히 말하는 대로 속이 썩어 문드러질 대로 다 문드러진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하나님을 경외하는 경건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며 부패한 성품에 격동되지 않은 채 오직 순결한 행실과 삶의 자세를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언뜻 아내가 경건한 행실을 보임으로써 믿지 않는 남편을 구하는 감동적인 말로만 들릴지 모르나 실제로 그 이면에 감추어진 현실은 괴로움과 한없이 흘린 눈물과 탄식과 울부짖는 기도가 오랜 세월 동안 쌓여 온 것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말씀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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