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을 같이 하여 / 베드로전서 3:8-9 (230723. 주일예배) ▣
죄로 말미암아 왜곡된 최악의 인간관계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 모든 인간관계의 근본이며 출발이라 할 수 있는 부부관계를 예로 들어 인간에 세운 모든 제도들을 신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순종해야 하는지 가르친 데 이어 이웃 관계, 곧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맺는 인간관계 전체로 확대하여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 본문 말씀입니다. “마지막으로 말하노니 너희가 다 마음을 같이 하여 동정하며 형제를 사랑하며 불쌍히 여기며 겸손하며.” 먼저 모두 한 마음이 되라고 권합니다. 이렇게 마음으로 하나가 될 것을 권하면서 동정하라, 곧 상대방의 처지가 되어 함께 느끼고 겪으라고 권한 것은 죄로 말미암아 모든 관계가 일그러져서 서로 의심하고 원망하며 대적하게 된 형편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내가 다른 사람의 처지가 되어 그와 함께 느끼고 겪는 것이요 이보다 더 급한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처지가 되어 함께 느끼며 겪을 것을 권한 다음에 ‘형제 사랑’을 말하고 있습니다. “불쌍히 여기며.” 이 말은 우리의 안이 상대방의 처지로 말미암아 상대방을 향하여 강력하게 움직이는 것을 뜻합니다. 속에서부터 한없이 가엽고 애처로운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한 말입니다. “겸손하며.” 상대방 위에 높아져서 군림하려 하지 않고 그를 섬기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기를 낮추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악을 악으로, 욕을 욕으로 갚지 말고 도리어 복을 빌라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이는 복을 이어받게 하려 하심이라.”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깊고 더욱 적극적인 모습에 대하여 가르치는 말씀입니다. 내가 받은 대로 돌려주는 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세상의 도리입니다. 그렇지만 선을 넘어 악에 대해서, 즉 해를 끼치는 억울하고 부당한 일에 대해서도 우리 신자에게 권하되 손해 본 만큼 갚아주라는 세상의 원칙을 따르지 말라고 명합니다. 도리어 복을 빌라고 말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축복을 바라고 구하는 만큼, 나를 해치는 사람에게 악으로 갚지 말고 도리어 복을 빌라는 말씀은 결국 원수를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 하신 이 계명은 이처럼 사람이 지킬 수 없을 만큼 한없이 높고 고상한 이상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현실적인 계명이기도 하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게 악을 행하는 그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 그를 위하여 하나님께 무슨 은혜와 축복을 구할 것인지 떠오르지 않아 막막할지라도 신자는 이 계명을 회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비록 그 완전함에 도달하지는 못하였으나, 그 아득하게 높은 계명 앞에서 자지러지고 절망하면서도 순간순간 나의 악한 마음을 돌이켜 사랑하게 하시는 은혜를 입어 원수를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나를 미워하고 악을 행하여 욕하는 바로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신자로서 살아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이는 복을 이어받게 하려 하심이라.” 우리를 불러 믿게 하신 은혜 자체가 바로 우리로 하여금 이런 삶을 살게 하려 하심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 그를 가리켜 복의 근원이라 하시고 그를 통하여 땅의 모든 민족이 복을 받게 하리라 하신 그 축복에 참예하게 된다고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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