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목숨을 버리는 것은 다시 얻기 위함이니 / 요한복음 10:17-21 (240324. 주일예배) ▣
요한복음 10장에서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내용의 핵심은 그가 자기 양을 살리기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어놓으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예수님과 그의 양과 거짓 목자의 관계에 대하여 말씀하실 때에나, 예수님과 그에게 속한 우리 신자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더 깊은 차원에서 가르치실 때에나, 그 중심에는 항상 목양의 기반과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참 목자의 죽음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에게 속한 그의 양이므로 서로를 알며, 이 앎은 사람 차원의 앎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께서 서로 아시는 것과 같은 신령한 차원의 앎임을 밝히시고 그의 양으로 하여금 바로 이런 앎과 교통을 누리게 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놓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마지막으로 그 차원을 더 높여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관계에서 이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즉 그의 목숨을 내어놓으시는 일이 무엇을 뜻하는지 밝히고자 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시는 것은 내가 다시 목숨을 얻기 위하여 목숨을 버림이라.(17)’ 즉 아들께서 자기 양을 위하여 목숨을 내어놓으시는 그 일과 관련하여 아버지께서 어떻게 아들을 사랑하시는지에 대하여 알리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먼저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시는 것은 내가 목숨을 버림이라’고 하신 말씀은 아들께서 자기 목숨을 내어놓는 이 일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사랑하는 그 사랑이, 그리고 아버지께서 아들을 사랑하시는 그 사랑이 가장 깊이 드러나 있다는 뜻입니다. 죄와 죽음의 저주 아래 있는 세상을 아버지께서 지극히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보내신 그 일에서, 그리고 이러한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놓기까지 순종하신 그 일에서, 아버지께서 아들을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으키사 만유를 다스리는 왕의 지위에 높이신 그 일에서, 아버지와 아들께서 서로 사랑하시는 사랑이 가장 잘 그리고 깊이 드러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죄인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도 가장 깊이 드러났으나, 이 외에도 바로 아버지와 아들께서 서로 사랑하시는 그 사랑도 가장 깊이 드러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일이 왜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 더 나아가서 아버지와 아들께서 서로 사랑하시는 그 사랑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는가? 이런 의문에 대하여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으로 대답하셨습니다. ‘이를 내게서 빼앗는 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버리노라.’ 예수님께서 자기 목숨을 내어놓으시는 것은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요 스스로 자발적으로 내어놓으신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참으로 강조하고자 하신 것은 그의 죽음이 누구의 강요에 의한 죽음이 아니라는 사실, 말하자면 아버지께서도 아들에게 결코 이 일을 강요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강요하지 않으심에도 다만 죄인을 사랑하여 살리고자 하시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오직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므로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놓으셨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들께서 아버지를 어떤 사랑으로 사랑하시는지, 그 사랑의 지극함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는 그 일을 이루기 위해 죽기까지 순종하시는, 자기 목숨을 내어놓는 그런 사랑으로 아버지를 사랑하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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