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자와 몸 / 골로새서 2:16-17 (210131. 주일예배) ▣
지금까지 보아 온 골로새서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과 그 뜻을 이루시는 방식을 배웠고, 오늘부터는 이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고 대적하는 무리들에 관하여 배울 것입니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은 예수 그리스도를 주요 구주로 받고 믿는 사람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시려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 거룩하고 흠 없고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설 수 있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사도 바울이 골로새서 안에 기록해 놓았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향하신 자신의 뜻도 세우셨고, 우리에게 그 뜻이 이루어지고 성취되도록 하는 방안까지도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마련해 놓으신 그 방안, 그 방식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워져 가는 신자들의 그 충만한 삶을 위해서는 그리스도 한 분만으로 충분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택하신 사람들을 변화시키시는 하나님의 방식에 대해서 오직 하나, 그리스도로 충분하게 하셨다는 것을 확신한 바울이 이 사실을 기록하여 전했는데, “그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 너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느니”라고 한 것입니다. 하나님으로서의 어떤 흠결도 없으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그 신성의 모든 충만 안에서 그리스도를 믿고 의지하며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와 연합 된 우리 신자들도 그렇게 충만하여졌다고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신성의 모든 충만으로 우리도 충만해졌다는 사실이 우리 안에서 어떻게 나타났느냐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충만하신 것과 같이 그리스도를 믿어 그리스도와 하나 된 우리도 충만해 졌다는 증거가 우리에게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 것이 없다면 ‘우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다’는 말씀을 우리가 어찌 받아들고 어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충만해 진 사실에 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다면 이와 같은 말씀을 우리가 어찌 믿겠습니까! 그래서 사도 바울이 그 점에 대하여 기술해놓았는데, 한 마디로 완전한 구원, 완전한 용서, 완전한 승리가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것은 육의 몸을 벗는 것 곧 그리스도의 할례로 시작된 일련의 내용으로 이루어졌는데, 신성의 모든 충만으로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이루어 놓으신 일들이 바로 이것이요, 그것을 우리는 ‘완전한 구원, 완전한 용서, 완전한 승리’로 압축,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죄와 사망과 사탄의 권세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은 것입니다.
그런데 바울 사도는 바로 이어서 우리 신자들조차도 이런 완전한 은혜를 받지 못하게 하는 원수의 무리와 세력들이 있다는 것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도는 우리로 하여금 정신을 못 차리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놀랍고 벅찬 내용을 받아들게 해 놓고서는 한 치의 여유를 느낄 여지도 주지 않고 바로 복음의 진리를 거스르는 무리와 세력들에 대하여 설명해 가고 있습니다. 그 부분이 오늘 본문입니다. 왜 이렇게 사도가 서둘러야 했을까요? 사도는 왜 바로 교회와 신앙의 원수에 대한 언급을 해야 했을까요? 그것은 이 거짓 무리들의 주장이 너무 악하고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아직 이들의 정체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과 문맥을 놓고 볼 때에 그렇다면 어떤 면에서 이들이 악하고 너무 위험하다고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로 충분하다’는 진리가 훼손된다는 바로 이 점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바울 사도가 강조해 온 것이 ‘그리스도로 충분하다’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므로 이제 바울이 지적하는 무리나 세력들을 따른다는 것은 ‘그리스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리스도만으로 충분하다니, 어떤 면에서도 그럴 리가 없다. 그래서 그리스도로 충분치 않은 부족분을 우리와 같이 채워야 한다. 우리의 방식을 따라 그 부족분을 채우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된다. 구원도 없고 천국도 없다’는 이런 주장에 넘어가는 것을 뜻한다고 보아야 하는 겁니다. 무섭고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로는 부족하니 자신들이 채울 수 있다고 하고 있으니까요! 그 내용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먹고 마시는 것과 절기나 초하루나 안식일을 이유로 누구든지 너희를 비판하지 못하게 하라. 이것들은 장래 일의 그림자이나 몸은 그리스도의 것이니라”고 합니다. 사실은 바울이 지금 나열한 내용과 관련된 성경 말씀이 있기 때문에 이 점이 결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주장을 골로새의 교인들도 쉽게 물리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은 다 율법에서 시행하라고 했던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민수기 10장에서는 “또 너희의 희락의 날과 너희가 정한 절기와 초하루에는 번제물을 드리고 화목제물을 드리며 나팔을 불라 그로 말미암아 너희의 하나님이 너희를 기억하시리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니라”(10:10)고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주신 구약 성경에 바탕을 둔 가르침이었기 때문에, 아직 구약과 신약의 상관관계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골로새 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고, 거기에 이와 같은 의식이나 규례들을 덧붙여야 참된 신앙이라고 주장하는 거짓 선생들의 가르침에 현혹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골로새 교인들이 그런 식의 믿음의 형태를 가지고 계속 살아간다면, 그들의 구원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사도 바울이 하나님으로부터 계시 받아 알게 된 진정한 믿음은 오직 그리스도만으로 충분하다는 고백 위에 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다른 것이 더해져야 충분하다고 한다면, 그러니까 그리스도에 더하여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뜻 보면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스도 외에 다른 것을 따른다는 것은 안 되는 일이라는 점은 쉽게 이해가 되지만, 그리스도 외에 다른 무엇을 더해야 한다는 것도 안 되는 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쉽게 납득이 안 갈 수 있습니다. 그건 더 좋지 않으냐 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아예 다른 종교에서 말하는 것도 아니고 성경에서 하라고 했던 일이니까 ‘그런 것은 더 해도 구원 얻는 믿음에 아무 상관없는 것 아니냐? 아니 믿음을 더 풍성하게 채워주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성향 내지는 경향에 대해 사도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것들은 장래 일의 그림자이나 몸은 그리스도의 것이니라”고요! 이 말씀은 그런 구약의 의식들은, 장래에 실체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상징이요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림자를 발생시키는 실물인 몸은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그 의식들은 실물인 몸이 아닌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그리스도를 소유한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이유가 어디 있느냐 하면, 구약의 의식들, 그것들은 다 실체에 대한 그림자라는 사실에 있다는 말입니다. 실체(實體)인 몸은 그 자체로 충분한 것이지, 그림자가 보태져야 완전해 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오셨을 때, 이런 율법의 의식적인 요소는 폐하여졌습니다. 그리스도는 그런 그림자들로 된 상징들이 미리 암시한 모든 것의 성취요 실물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대 교회의 율법주의자들은 할례, 안식일 준수, 음식법 등을 포함한 모든 의식들이 신앙의 기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점을 가르쳤습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일에 진실로 전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참된 믿음으로 인한 하나님을 경외함 보다는 경건한 체하는 겉치레만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이들의 주장을 더 엄격히 말하면, 곧 교회를 그리스도의 신부라는 관점에서 말해 보자면, 신랑을 그리스도 한 분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외에 무언가가 더 첨가되어야 참된 신앙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부가 신랑 한 사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말과 같은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율법주의는 오늘날의 교회에서도 골로새 교회에서만큼이나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신들의 종교적 활동에 구원의 확신의 근거를 두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점이야말로 그리스도로 충분하다는 진리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우리의 신앙의 최대의 적수입니다. 앞에서 사도가 엄청난 복음의 진술을 마치자마자 바로 교회의 원수 얘기를 꺼내든 이유, 그 의도를 생각해 보았잖습니까! 그 한 가지가 그리스도로 충분하다는 신앙고백이 간단히 허물어질 수 있다고 한 것인데, 지금 얘기되는 부분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로 충분 합니다’라는 신앙고백보다는 ‘내가 이렇게 했고 저렇게도 했습니다’라는 고백을 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본래대로 라면, ‘내가 이렇게 했고 저렇게 했다’는 게 있으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되어 진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에게는 ‘내가 했는데’라는 의식, 그 기억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겁니다. 이런 것들이 다 율법주의의 예속물들입니다.
방금, 자신들의 종교적 활동에 구원의 확신의 근거를 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했지요? 그들은 자신들이 성경을 읽거나 기도를 하거나 교회에 가거나 그 밖에 종교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스스로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향한 내적인 사랑, 죄에 대한 증오, 순종에 열심인 마음보다 외적인 행동을 바탕으로 자신의 신앙을 판단합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그 행함을 기준으로 해서 신앙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규정짓게 됩니다. 그러니까 다 자기 기준에서 신앙을 규정하고 판단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 모두 다 율법주의의 잔재(殘滓)들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보이지 아니하시는 본체이신 성삼위 하나님을 땅에 속한 우리 인간들이 예배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교적인 의례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믿음의 내용을 담는 형식이라는 그릇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런 형식이나 의식들이 그의 신앙을 증거 해 준다거나, 혹은 그것들이 있어야 더 고급의 신앙을 가진 자라고 믿고서는, 그것들을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거나, 혹은 그리스도 외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순간 그는 율법주의의 구덩이에 빠지는 것입니다. 율법의 행위라는 덫에 걸려든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율법주의의 구덩이를 경계하는 것은, 몸보다 그림자를 더 우위에 두거나 선호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런 일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심판을 받을 필요도 없고, 또 다른 사람을 판단할 권한도 없습니다. 인간의 행위를 중시하거나 예수 이름 외에 다른 것이 꼭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복음은 복음이 아닙니다. 세례, 기도, 금식, 특별한 옷 입기, 교회 출석, 여러 가지 절제 또는 그 밖에 종교적 의무가 구원을 얻는데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충분성’ 곧 그리스도만으로 충분하다는 진리를 부인하는 것이며, 복음을 조롱거리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 중 하나라도 구원 얻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하면 그게 바로 율법의 행위가 되는 겁니다. 우리는 구원을 얻고 자라가는 데에 있어서 그리스도로 충분한 은혜를 입었으므로, 그래서 세례도 받고 기도 금식도 하고 열심히 교회 출석하며 예배드리고 절제의 생활을 하며 종교적 의무에도 진실 되게 충성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누구든지 이런 일들을 인하여 ‘너희를 비판하지 못하게 하라’고 합니다. 그런 것들로 인하여 누가 뭐래도 기죽지도 말고, 또한 다름 사람을 판단하지도 말라는 말입니다. 꿋꿋하게 그리스도만으로 충분한 신앙을 고수(固守)하라는 말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우리는 이런 것들을 갖고 있고 또 이런 것들을 행한다고 자랑하는 그런 율법주의적인 확신으로 인해 주눅 들지 마십시오. 누가 뭐래도 여러분은 그리스도만으로 충분하다는 이 가르침, 이 고백 위에 굳게 서도록 하십시오. 다른 모든 것이 부족해도, 예수 그리스도만 여러분이 소유하고 있으면 모든 것을 다 가지는 것입니다. 필요한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도 온 세상에 만연하고 있는 율법주의적인 신앙 양태에 맞서서, 오직 그리스도만으로 충분하다고 가르치는 이 계시의 말씀에 굳게 서십시오. 원수들의 교활한 가르침을 대항하여, 오직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전부이심을 믿고 고백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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