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으니 / 골로새서 2:8-12 (210117. 주일예배) ▣
‘그리스도 안에서 각 사람을 완전한 자로 세우려 함’이라는 것이 바울이 밝힌 사도의 임무입니다. 이는 ‘전에 악한 행실로 멀리 떠나 마음으로 원수가 되었던 우리를 이제는 아들의 육체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화목하게 하사 우리를 거룩하고 흠 없고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그 앞에 세우고자 하신’ 하나님의 뜻을 바울 사도가 그대로 받아든 결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거룩하고 흠 없고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자기 앞에 세우시고자 하셨고, 이를 받들어 바울 사도 일행은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신자들을 세우려 한 것입니다. - 이를 위하여 사도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전파하여 각 사람을 권하고 모든 지혜로 각 사람을 가르쳤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워야 했던 바울은 하나님의 비밀인 그리스도를 깨닫게 하려 했고, 이 점이 사도가 행한 모든 사역의 핵심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사도가 기록하여 전한 하나님 말씀 안에는 그리스도가 중심이 되고 모든 내용의 주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본 서신에서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내사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으니 그 아들 안에서 우리가 속량 곧 죄 사함을 얻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우리가 옮겨진 곳이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아들의 나라요, 그 왕이신 아들 안에서 우리는 속량의 은혜를 얻은 것입니다. 즉 죄 사함을 얻었는데, 이는 왕이신 아들이 우리의 죄 값인 죽음을 대신 받으심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바울은 이어서 창조의 역사에서도 또한 그리스도께서 그 중심에 계심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세상의 기원과 인류의 역사 중심에 그리스도께서 계시는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만물이 그에게서 창조되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다”고 한 바울은 또한 “그는 몸인 교회의 머리시라 그가 근본(시작)이시요 죽은 자들 다운데서 먼저 나신 이시니 이는 천하 만물의 으뜸이 되려 하심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창조로 이 세상이 있게 되었고 구속의 역사로 교회가 세워졌으니, 이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러면 사도가 왜 이런 기록을 전해야 했겠습니까? 다만 그리스도를 전파하고 그리스도를 가르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비밀인 그리스도를 깨닫게 하려 한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는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화가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아버지께서 모든 충만으로 예수 안에 거하게 하셨다고 기록한 바울은 또한 그리스도 안에는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화가 감추어져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사도의 진술이 나타내려 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리스도로 충분하다는 이 점을 나타내려 했고 또 강조하려 했던 것입니다. 창조에 있어서도 구속에 있어서도 그리스도로 충분하다고요. 그렇다면 이러한 설명을 통해서 바울이 궁극적으로 나타내려 한 것은 무엇일까요? 즉 어떤 점에서 그리스도로 충분하다는 것을 말하려 한 것일까요? 우리 믿는 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움 받는 데에 있어서도 그리스도로 충분하다는 바로 이 점을 말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결정적으로 “그러므로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으니 그 안에서 행하되, 그 안에 뿌리를 박으며 세움을 받아 교훈을 받은 대로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고 한 것입니다. 그리스도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밝힌 다음에 사도는 그리스도께서 바로 우리의 주, 우리 각자의 주인인 사실까지도 밝힌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주인을 따르면 되는 것이지요! 그리스도로 충분하니까요!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따를 수 있겠습니까? 그에 대하여 ‘그 안에서 행하되, 그 안에 뿌리를 박으며 세움을 받아 교훈을 받은 대로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 세상은 교회가 일어서는 것을, 한 신자가 믿음에 굳게 서는 것을 수수방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최대의 무기를 사용했는데 그것이 곧 세상 지혜인 철학이었으니, 바울은 그 본질이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을 따름이요 그리스도를 따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시해 놓았습니다. 이 세상 지혜가 목표로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로 충분하겠냐? 그렇지 않다 세상 지혜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유혹하는 것입니다.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충만 곧 그리스도로 충분함을 부정케 하는 것이 이 세상의 끝없는 계략이요 그 배후에 있는 사탄에게 있어서 이 점이 최대의 전략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로 충분할 리 있겠냐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도가 우리들의 원수의 정체를 밝혀 놓았습니다. 우리로 하여금 속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요.
그러면서 바울은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으므로 그 안에서 행하는 삶 곧 그리스도 안에 뿌리를 내리며 세움을 받아 교훈을 받은 대로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으로 넘치게 하는 삶의 실체(實體)에 대하여 진술해 갑니다. 이렇게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워져 가는 것, 곧 그리스도 안에서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것, 혹은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으로 넘치게 하는 삶을 사는 것,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어떻게 그런 삶을 살 수 있는지를 바울이 기록해 놓았다고 보는 것입니다. 또 달리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리스도로 충분하다는 그 믿음이 어떤 것인지, 그 믿음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제시해 놓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즉 그리스도로 충분하다는 신앙이 고백되어지도록 하게 하는 믿음의 내용이 이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사실이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났고 그 일이 우리의 것이 되었기에 ‘나는 그리스도로 충분하다’는 고백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바로 그 점을 사도가 이제 설명해 간다는 뜻입니다. 좀 다른 관점에서 설명 드리면,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워져 가는 신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 토대와 영원한 기초가 무엇인지, 그렇게 살 수 있도록 그리스도 안에서 충만하게 받은 은혜가 무엇인지를 밝혀 놓은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 지혜를 의지하거나 세상 지혜를 자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의식(意識)을 우리는 절대로 놓치고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사도가 세상 지혜에 대한 진술을 ‘이는 그리스도를 따름이 아니니라’고 마무리한 것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그리스도를 따르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 - 그래서 바울은 그렇다면 ‘그리스도를 따름’은 무엇이겠느냐, 세상 지혜가 아닌 그리스도를 따른다고 하면, 세상 지혜가 판치는 이 세상에는 없는 일이 일어난다는 말인데 그 일은 어떤 것이겠느냐는 설명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즉 그리스도를 따름이 무엇이고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설명하려는 것입니다. 그 시작은 “그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 너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으니 그는 모든 통치자와 권세의 머리시라”고 한 말씀입니다.
우리는 먼저 “그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라는 구절의 뜻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의 아들 곧 하나님이신데 사람의 몸을 취하셨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본래의 속성이신 지혜와 권능과 영광에 있어서 부족이나 결함을 지니시게 된 것이 아닙니다. 곧 하나님으로서의 모든 것이 온전하시고 충만하신 분이심을 ‘그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신다’고 사도가 표현한 것입니다. 사실은 바울이 1장부터 이 점에 관해서 진술해 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어서 바로 “너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으니 그는 모든 통치자와 권세의 머리시라”고 하시니, 우리에게도 그리스도를 충만케 하신 ‘신성의 모든 충만’이 임한 것이라고 한 것입니다.
여기서 ‘그는 모든 통치자와 권세의 머리시라’고 덧붙여 놓았는데 이 ‘통치자와 권세’는 보이는 세계의 어떤 세력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천상의 보이지 않는 선한 영적 세력과 악한 영적 세력을 가리킵니다. 이런 세력과 권세조차도 그리스도의 통치 아래 놓여 있다는 점까지도 밝히는 사도의 의도는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으로서의 모든 속성과 본질을 온전히 지니시고 보이지 않는 세계의 모든 영적 존재들에게조차 머리이신 분이시며 우리 신자들조차 그 분 안에서 충만하여졌으니, 어찌 우리 신자들이 사람의 전통이나 세상의 초등학문에 불과한 세상 지혜나 허무맹랑한 속임수를 따라 살 수가 있겠느냐고, 그런 것을 많이 지녔다고 자랑하며 그것도 모자라 그것으로 교회를 판단하고 멸시하기까지 할 수 있겠느냐고, 사도가 질타(叱咤)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서는 “또 그 안에서 너희가 손으로 하지 아니한 할례를 받았으니 곧 육의 몸을 벗는 것이요 그리스도의 할례니라. 너희가 세례로 그리스도와 함께 장사되고 또 죽은 자들 가운데서 그를 일으키신 하나님의 역사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 안에서 함께 일으키심을 받았느니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충만하여진 우리 신자들의 그 실체, 곧 도대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어떻게 충만하여졌는지, 그 모습을 바울 사도가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손으로 하지 아니한 할례를 받았다’고 함으로써 우리가 받은 세례는 구약 시대에 손으로 몸에 행하던 할례 의식과는 달리 성령께서 마음에 행하시는 것임을 우회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설명하는데, ‘육의 몸을 벗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의 할례’라고 합니다.
구약의 할례는 신약의 세례를 가리키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는 곧 그리스도께서 성령으로 베푸시는 세례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가 이를 ‘그리스도의 할례’라고 하여서 그리스도께서 베푸시는 은혜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오직 그리스도께서 행하시는 새 생명을 위한 역사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신자들은 그리스도께서 성령으로 베푸시는 세례를 받음으로 육의 몸을 벗는 것입니다. 사도는 이 ‘육의 몸을 벗는 것’에 관하여 “너희가 세례로 그리스도와 함께 장사되고 또 죽은 자들 가운데서 그를 일으키신 하나님의 역사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 안에서 함께 일으키심을 받았느니라”고 설명합니다. 세례는 그리스도와 함께 장사되고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나는 것이고, 이로써 그리스도와 함께 장사되는 것이 육의 몸을 벗는 것, 곧 나의 옛 사람이 죽는 것입니다.
죽지 않고는 다시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장사됨으로써 우리의 옛 사람은 죽고 육적 성품을 벗는 것입니다. 아담 이후 모든 인류가 품게 된 죄의 본성으로 인해 부패하여 무능해진, 곧 전적으로 타락한 성품의 그 옛 사람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함께 못 박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께서 아들로 말미암아 성령 안에서 이루신 거듭남 곧 중생의 역사요 그로 인하여 우리는 새 생명을 입은 새 사람이 된 것입니다. 이를 바울 사도가 로마서에서 “우리가 알거니와 우리의 옛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죄의 몸이 죽어 다시는 우리가 죄에게 종노릇 하지 아니하려 함이니, 이는 죽은 자가 죄에서 벗어나 의롭다 하심을 얻었음이라”(롬 6:6-7)고 한 것입니다. - 우리는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합하여 죄에 대하여 죽은 것이고, 이를 세례를 받았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세례로 그와 합하여 죽은 우리는 그 뿐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부활에도 연합되어 이제는 새 생명으로 행하게 된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그리스도 예수와 합하여 진 존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할례 곧 세례의 의미가 이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시는 실제의 역사는 성령께서 그리스도를 믿고 의지하는 우리를 그리스도와 연합되게 하신 것이고, 그리하여 우리의 죄로 그리스도께서 죽으심으로 우리도 죄에 대하여 죽었고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심으로 우리도 이제는 의에 대하여 곧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 있는 자로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할례’이니 그리스도께서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신 그 영적 결과요, 그로 인한 새 생명은 그대로 영원한 생명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실을 골로새서에서는 바울이 ‘그리스도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 너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다’고 기록한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충만하여 진 실체입니다. 여기서도 바울은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이루신 이 모든 은혜의 역사에 우리가 참여하는 통로는 단 하나 ‘믿음으로 말미암아’ 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오늘 말씀은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충만하여졌다’고 하면서, 그 충만의 형태가 다름 아닌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장사되고 그리스도와 함께 일으키심을 받은 사실에 있다고 증언합니다. 그리하여 육의 몸을 벗은 상태가 되었고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살아가는 거듭 난 생명 곧 새 생명이요 영원한 생명으로 사는 존재라고 하십니다. 이 사실은 오직 ‘믿음으로’ 받는 진리요 은혜인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충만한 삶은 이 진리와 은혜로 사는 것을 뜻하며, 그리스도 안에서의 완전한 자로 자라가는 과정도 이 진리와 은혜로 인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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