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으니(2) / 골로새서 2:9-15 (210124. 주일예배) ▣
우리와 관련하여 골로새서가 밝혀 놓은 사실이 이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거룩하고 흠 없고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자기 앞에 세우시고자 하셨고, 이를 받들어 바울 사도 일행은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신자들을 세우려 한 것입니다. 이렇게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워야 했던 바울은 하나님의 비밀인 그리스도를 깨닫게 하려 했고, 이 점이 사도가 행한 모든 사역의 핵심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본 서신에서도 사도는 이 모든 일에 있어서 그리스도로 충분하다는 이 점을 나타내려 했고 또 강조하려 했던 것입니다. 창조에 있어서도 그렇듯이 구속 곧 우리가 구원 받는 것에 있어서도 그리스도로 충분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믿는 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움 받는 데에 있어서도 그리스도로 충분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바울은 “그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 너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으니 그는 모든 통치자와 권세의 머리시라”고 합니다. 사도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으로서의 모든 것이 온전하시고 충만하신 분이심을 ‘그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신다’고 사도가 표현합니다. 그런데 “너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으니 그는 모든 통치자와 권세의 머리시라”고 하심으로써 우리에게도 그리스도를 충만케 하신 ‘신성의 모든 충만’이 임했다고 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시려는 하나님의 방식인 것입니다. 먼저는 그리스도를 ‘주’로 받게 하셨고, 이제는 그 안에서 신성의 모든 충만으로 충만케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충만하여진 우리 신자들의 실체, 곧 도대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어떻게 충만하여졌는지, 그 모습을 묘사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손으로 하지 아니한 할례를 받았다’고 하면서 그 의미를 설명하는데, ‘육의 몸을 벗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의 할례’라고 하였습니다. ‘육의 몸을 벗는 것’은 죄로 멸해질 몸을 벗는 것을 뜻합니다. 달리 표현하면 죄로 심판 받을 몸을 벗은 것이란 뜻입니다. 그리스도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 우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다고 한 내용이 바로 이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즉 ‘육의 몸을 벗는 것’이라고요. 죄로 심판 받을 몸을 벗은 것이라고요. 영원히 저주 받을 불행을 벗은 것이라고요. 죄와 사망과 음부의 권세에서 벗어난 것이라고요.
그런데 이것을 그리스도의 할례라고 했는데, 그리스도께서 할례를 받았다는 의미로도 들리는 이 말은 우리 같은 죄인들을 대신해서 그리스도께서 육의 몸을 벗는 것을 이루셨다는 뜻입니다. 죄가 없으신 그리스도께서는 육의 몸을 벗는 것이 불필요하십니다. 그런데도 그 할례가 가리키는 세례를 받으심은 자신을 믿음으로 자신과 연합하게 된 우리들에게 육의 몸을 벗는 은혜를 입혀주시기 위함인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가 죄로 인해 멸해질 몸을 벗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곧 심판의 저주를 벗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리스도가 받으신 할례 곧 세례는 어떤 것입니까? 우리를 대신하여 죽으시고 그 죽음에서 다시 일어나신 것입니다. 곧 우리의 죄로 죽으시는 것이고 그 죽음에서 일어나셔서 우리의 죄를 없이 하시고 우리에게 하나님의 의를 입혀 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세례로 즉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됨으로 그리스도와 함께 장사되고’라고 하는데, 이것이 곧 육의 몸을 벗는 것을 가리키는 설명인 것입니다.
그리고 사도 바울은 지금까지의 내용에 보충 설명을 덧붙입니다. 먼저 13, “또 범죄와 육체의 무할례로 죽었던 너희를 하나님이 그와 함께 살리시고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하시고”라고 합니다. 죄들과 육체의 무할례로 우리는 죽었었다고 말합니다. 육체의 무할례는 앞서 설명한 것을 토대로 풀어보면, 육의 몸을 벗지 않은 상태를 가리킵니다. 죄로 멸해질 몸 그대로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죽었던 우리를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시고 우리에게서 그 모든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죄 사함의 은혜를 사도는 강조하고자 한 것입니다. 우리는 죄로 인하여 그리고 그리스도의 할례를 받지 못하여 죄로 멸해질 육의 몸을 그대로 입은 상태에서 죽어있었는데,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를 살리시고 우리에게서 그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신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안에 있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이루신 역사는 죽었던 우리를 살리시는 것이고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하시는 일인 것입니다.
그리고 14, “우리를 거스르고 불리하게 하는 법조문으로 쓴 증서를 지우시고 제하여 버리사 십자가에 못 박으시고”라고 합니다. 이 구절을 단순하게 표현해드리면, 우리 각자의 율법을 어긴 죄목이 적힌 문서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것까지도 포함된 그 죄의 증서를 지워 버리시고 그뿐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박히신 십자가에 못 박아 그 문서를 치워버리셨다고 하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이제 그 어떤 율법조항도 저주를 내 품으며 우리를 고발할 수 없게 만드셨다는 뜻입니다. 이제 어떤 율법도 우리를 고발하지 못합니다. 그리스도와 연합되어 그의 죽으심과 부활을 같이 경험한 자들은 이미 죄에 대하여 죽었고 하나님에 의하여 의롭다 여기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율법의 어떤 것도 더 이상 우리를 정죄하지 못합니다. 모든 저주가 십자가 안에서 다 소멸되었습니다. 이 본문이 강조하는 핵심도, 신성에 충만하신 그리스도께서 바로 이일에 치중하여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신다는 말입니다. 사도 바울의 주장은, 신성의 모든 충만의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무엇보다 바로 이 점에서 즉 그리스도가 죽고 부활하신 것에 우리 믿는 자들이 다 동일하게 연합되었고 그 결과 죄 사함과 율법의 저주에서 영원히 자유함을 얻은 것에서 그리스도의 충만함을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 하나의 보충 설명이 이어집니다. 15, “통치자들과 권세들을 무력화하여 드러내어 구경거리로 삼으시고 십자가로 그들을 이기셨느니라”고 말씀합니다. 이 구절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신성의 충만을 또 찾을 수 있습니다. 그건 모든 초지상적 권세를 십자가에서 이미 다 물리치셨다는 점입니다. 통치자와 권세들을 무력화하여 드러내어 구경거리로 삼으셨다는 말씀에서 ‘무력화하여’는 말은 ‘무장해제 시켰다’는 뜻입니다. 악한 천사들의 세력을 분쇄시켰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드러내어 구경거리로 삼으시고’라는 말은, 전쟁에 패배한 노예들처럼 그들을 포로로 끌고 들어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기셨느니라’는 말씀이 이어지는데, 본래 이 말은 ‘개선행진으로 인도하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은 역설적으로 하나님의 승리의 행진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은 하나님을 대항하던 권세와 능력들이 해체되고 패배당한 결정적인 사건인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그 모든 권세들을 포로들처럼 전시하기 위해 하나님의 승리의 행진에 끌고 가고 계십니다.
이렇게 마귀는 이미 예수 그리스도에게 패배하였습니다. 십자가에서 이제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결정타를 맞고 패배하였습니다. 지금 그가 활동하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제어(制御) 아래에서 부분적이고 한시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간혹 시험에 빠져 넘어지기는 해도 궁극적으로 믿음이 떨어지지는 않는 것입니다. 그걸 하나님이 제어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능력이 없거나 부족해서 마귀가 활동하도록 버려두시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마귀의 발악을 있는 그대로 다 놔두시면 이 세상은 이미 지옥 그 자체로 변했을 것입니다. 지금도 하나님은 신자들을 능력으로 돌보고 계십니다. 이 모든 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그리스도와 연합된 우리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사도 바울은 오늘 본문 안에서 살펴 온 이런 점에서 그리스도의 모든 신성의 충만하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역설합니다. 우리도 다른 무엇에서보다 바로 이와 같은 사실에서 신성으로 충만하여졌다고 말씀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확인해 보자면, 우리는 육적인 몸을 벗고 마음의 할례를 받아 하나님을 사랑하는 새 마음을 소유하게 된 것,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에 동참하게 된 것, 그래서 모든 죄를 사함 받고 장래의 모든 죄악들까지 사함 받을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 것, 율법을 범한 모든 죄의 목록인 ‘채무증서’가 다 휴지조각이 된 것, 그리고 어둠의 권세 잡은 자에 대하여 그리스도께서 최후의 그리고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자가 되신 것 등에서 신성의 충만하심을 입은 자들이 된 것입니다. 이는 지금 이 땅에서의 신성의 충만하심은, 무엇보다 사람들을 구원하는 일에 집중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믿는 우리야말로 이런 일을 행하신 그리스도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치 않다고 담대히 선언할 수 있는 유일한 자들입니다. 이와 같으신 예수님만 있다면, 그와 연합된 우리로서는 그가 지니신 모든 권세와 영광과 의와 거룩을 전부 다 함께 누릴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는 자들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기의 경험과 생각이나 아니면 본 서신에서 교회의 원수로 제시된 율법주의나 신비주의 혹은 금욕주의 등 어떤 근사하게 보이는 것일지라도 그것들로 인해서 ‘그리스도만으로 충분하다는 진리’가 손상되지 않도록, 우리 자신을 철저히 보호하고 감시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교회된 자들의 임무요 책임이라고 성경이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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