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말이 너희 안에 있을 곳이 없으므로 / 요한복음 8:37 (201011. 주일예배) ▣
본문의 ‘나도 너희가 아브라함의 자손인줄 아노라’(37)고 하신 말씀은 예수님께서 유대인들이 옛 언약에 근거하여 육적 혈통으로 아브라함의 자손이 된 사실을 인정하신 것이었습니다만,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는 것은 육적으로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는 것과는 다른 것이며 육적으로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는 것이 아브라함의 진정한 자손이 되는 것을 자동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런 말씀이 아브라함의 혈통에 속한 것과 옛 언약들에 근거하여 스스로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하나님 나라의 상속자라고 굳게 믿고 있던 유대인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았습니다. 그들의 믿음과 확신을 뿌리째 뒤흔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조금 전 예수님에 대하여 가졌던 믿음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이 자를 죽여 없애야겠다, 이런 자는 살려 둘 수 없는 자라’는 분노와 살의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런 저들을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내 말이 너희 안에 있을 곳이 없으므로 나를 죽이려 하는 도다’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신뢰하던 믿음에서 그를 죽여 없애려는 살의(殺意) 사이를 오가는 변덕스러움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신 말씀입니다. 저들은 분명히 예수님을 믿기는 하였습니다만, 예수님의 말씀이 그 안에 들어와 머물면서 그를 가르쳐 예수님을 배우며 따르게 하는 그런 믿음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세상에 알리시는 그 진리를 참으로 깨닫고서 그 진리가 주는 자유, 곧 죄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경험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오히려 저희 속에 있는 죄가 무지와 불신앙을 틈타서 하나님의 아들을 죽이려는 살의를 불러 일으켰던 것입니다.
‘내 말이 너희 속에 있을 곳이 없으므로 나를 죽이려 하는 도다’라고 하신 말씀은 좀 더 깊은 뜻도 그 안에 담고 있었습니다. 비록 옛 언약에 근거하여 육적으로 아브라함의 자손이 된 자들임에도 그리스도를 죽이려하는 이 일이 무슨 뜻을 갖는지 알리신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육적 이스라엘로 그치느냐 아니면 아브라함의 진정한 자손이 되느냐는 바로 그리스도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 머무느냐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이것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리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그 안에 머물 여지가 없다면, 하나님 나라의 약속을 실현하시는 분으로서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가르치시는 예수님의 말씀 안에 거하는 그런 믿음이 아니라면 진정한 하나님 백성이 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분명히 예수님의 말씀을 직접 두 귀로 듣고서 그를 믿었습니다만, 그의 말씀 안에 거하면서 그를 따르는 제자가 되는 믿음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시는 하나님 나라의 진리를 알지 못하였고 그 진리가 주는 자유 역시 경험하지 못하였습니다. 아들만이 주실 수 있는 자유, 곧 죄에서 벗어나는 신령한 자유를 경험하지 못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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