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릴 것과 사모할 것 (5) / 베드로전서 2:1-3 (230122. 주일예배) ▣
베드로전서는 우리를 거듭나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관한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그 은혜를 입어 중생한 우리는 자라가야 하며, 자라가기 위해서는 더럽혀지지 않은 순전하고 신령한 양식을 취하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중생은 새 생명과 새 삶의 시작과 출발점이요 지금부터 걸어가야 할 길은 멀고 오랜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사도가, ‘너희에게서 이런 영적 자람과 성숙을 이루게 하는 신령한 양식을 사모하라’고, 더욱이 ‘더럽혀지지 않고 순전한 영적 양식을 사모하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관건(關鍵)은 ‘더럽혀지지 않고 순전한 영적 양식을 어떻게 분별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라는 전제를 세워 놓고, 지난 두 주간 더럽혀진 영적 양식의 실례(實例)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실례들 속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들어있는데, 자기 자신이 중심이라는 점, 달리 말하면 자기가 주체라는 점, 그래서 자신의 행위가 열쇠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이만큼 했으니 그에 따른 열매 곧 자기가 원하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내가 수고한 대가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이 율법을 지켜내서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의롭다 여김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들 전부가 다 자신이 중심이고, 그래서 자신의 행위와 수고와 공로를 드러냅니다. 이렇게 되게 하는 것, 바로 이것이 교회 안에서 더럽혀진 양식의 대표 격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럽혀진 양식은 ‘나를, 나의 행위를, 나의 공로를 세워주는 가르침’입니다. 결국은 자신을 신뢰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자신을 신뢰하게 해서 자신을 결국은 자랑하게 하고 그래서 끝내는 자신을 의지하게 만들고 마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의지한다는 것은 외식(外飾)에 불과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것으로 이루는 것이니, 결국은 하나님마저도 자신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거짓 신앙을 구분해서 제시할 때 크게 율법주의, 기복주의, 신비주의, 금욕주의(고행주의) 등으로 분류하는데, 이 거짓 것들의 특성 역시 자신이 중심이 되어 자신을 신뢰하게 만드는 것에 불과합니다. 거짓 신앙 전부가 자신의 행위로 이뤄내는 것들이고 끝내는 자신을 의지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자의 행위, 믿음으로 섬기며 살아가는 모든 행위의 의미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겠습니까? 우리 모두는 하나님께 범죄 하여 죽어 마땅한 자인데 이러한 자를 불쌍히 여겨 용서하시고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시는 은혜를 입은 자들입니다. 이런 자로서는 하나님을 섬겨 사는 기회를 다시 얻은 것만으로도 오직 감사할 일일 뿐입니다. 더욱이 스스로의 힘으로는 바르게 살 수 없는 우리로 하여금 오직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의지하여 그의 은혜로 사랑할 수 있게 하셨으니 어느 하나 우리의 것이라고 내놓을 것이 없습니다. 만일 주를 섬겨 하나님과 형제를 사랑으로 섬기게 하신다면 오직 나와 같은 비천한 자에게 이처럼 귀하고 복된 섬김의 기회를 허락하신 은혜를 감사할 뿐이요 당연히 행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니, 자기를 사랑하고 내세울 일은 결코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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