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흩어진 나그네 / 베드로전서 1:1-2 (220629. 주일예배) ▣
베드로 사도가 섬김의 일을 마치려 하면서 그 때까지 전해 온 복음의 대강을 요약하여 유언처럼 남기는 마지막 권면이 베드로전후서입니다. 이 서신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인 베드로가 택하심을 입은 자들 곧 흩어진 나그네들에게 편지 한다’는 말로 시작됩니다. “흩어진 나그네”, 이들은 이방인으로서 믿게 된 신자들입니다. 사도는 세상 안에서 살아가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자로서 살아가는 신자의 처지가 마치 온 천하 곳곳에 흩어져서 자기 땅이 아닌 낯선 곳에서 잠시 머무는 나그네의 처지와 같음을 말하고자 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리고 이들을 “택하심을 입은 자들”이라고 부름으로써 무엇이 우리 신자들을 세상에서 나그네처럼 살아가게 만드는가 하면,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나를 택하사 세상에서 구별하여 자기 백성으로 삼으신 것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곧 하나님 아버지의 미리 아심을 따라... 택하심을 입은 자들에게 편지하노니...” 이 구절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택하신 그 선택이 무엇인지 그 내용을 밝히는 말씀입니다. 먼저 선택의 근원 내지 근거에 대하여 밝히되 하나님께서 우리를 택하신 그 선택은 하나님의 ‘미리 아심’을 따른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우리 자신의 깨달음이나 소원과 바람이 생겨나기도 전에, 어떤 생각이나 결심이나 의지가 개입하기 전에, 우리 자신의 뜻과 어떤 조건과도 상관없이 오직 하나님 홀로 그 기뻐하시는 뜻을 따라서 우리에게 깊은 관심과 사랑을 가지시고 우리를 택하여 구별하신 것입니다.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으로 순종함과 예수 그리스도의 피 뿌림을 얻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우리를 택하신 목적이 무엇인지 알리는 말씀입니다.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으로 순종함을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순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내가 뜻을 정하고 결심하며 온 힘을 다해 힘쓰고 노력하여 이루어 내는 그런 순종이 아니라 오직 성령께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는 그 능력과 은혜로써 비로소 가능한 그런 순종임을 알리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 뿌림을 얻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우리를 택하신 목적은 우리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의 피 뿌림의 은혜를 입게 하기 위해서라는 뜻입니다. 예수께서 죄인의 죄를 대신 지고 죽으신 그 죽음으로 우리의 죄를 씻어 정결케 하시는 은혜를 입게 하고자 택하셨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대속하신 구속 없이는 성령의 거룩케 하시는 역사도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 죄인을 위해 속죄하신 그리스도의 은혜 위에서 비로소 성령께서 죄로 더러워진 우리의 성품과 행실을 정결케 하시고 우리로 순종에 이르게 하시는 역사가 가능한 것입니다.
베드로전서는 나그네처럼 살아가는 신자에게 무엇을 붙들고 살아야 할 것인지, 무엇을 위로와 소망으로 삼아야 할 것인지 가르치는 말씀입니다. 인사말에서 그 핵심을 알리되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피 뿌림을 받아 죄에서 정결함을 얻게 하시고 성령의 거룩하게 하시는 역사로 말미암아 순종에 이르게 하시는 은혜라고 밝히는 것입니다. 이 목적을 위해 우리를 택하신 하나님의 은혜로운 뜻을 항상 생각하고 살 것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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