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앗 자루를 들고 / 시편 126:1-6 (221120. 추수감사주일예배) ▣
시편 126편은 천성을 향해 힘든 발걸음을 옮기는 자들, 곧 순례자들이 갖고 있는 중대한 특징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데, 1절부터 3절까지는 이미 받은 구원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순례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마음을 보여주고 있고, 4절부터 6절까지는 구원받은 이후의 여정을 대하는 순례자들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순례자는 자기가 천성을 향해 출발한 발걸음이 그와 같은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과 은혜가 역사하셔서 이루어진 일임을 알고 그것을 기뻐하게 되어 있습니다. 죄인이라는 올가미를 벗겨주시고 하늘을 향해 올라갈 수 있도록 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지를 돌아보며 기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만 있지는 않습니다. 4절부터 6절은 구원받은 이후에 순례자의 여정이 어떤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감격스럽게 출발한 여행길이지만 힘들고 고단한 여정(旅程)입니다. 이 또한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이 40년간이나 광야를 지나야 했던 것과 같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걷는 순례 길은, 마귀에게 붙잡혀 죄의 노예로 살던 자리에서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구원의 역사로 벗어나 천성을 향해 길을 떠나게 되었으니 그 길 가는 동안 험난한 세상 속에서도 의와 거룩을 이루며 살려고 애쓰는 그 삶 자체를 말합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서 살든지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 나라를 향해 의와 거룩을 이루며 살려고 하는 것이 참된 순례길 걷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순례자들이 기도하며 구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그 결과가 무엇일까요? 그것이 농부의 수고와 눈물 그리고 그 뒤에 오는 추수 때의 기쁨과 유사하다고 밝힙니다. 농부는 아무리 어려워도 묵묵히 일을 해 나가는데 추수 때 얻을 결과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순례자의 여정도 그와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원문성경에는 “씨앗 자루를 들고”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부분을 문자적으로 번역하면 “그는 씨앗 자루를 들고 울면서 반드시 나갈 것이고, 또 반드시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영적인 순례자는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중에, 의와 거룩과 선행과 자비와 구제와 복음 등 여러 가지 씨앗이 들어 있는 자루를 들고 나가 뿌리는 사람이요, 그는 반드시 그 뿌린 것에 대한 수확을 거두게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이 시편은 그 점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순례자는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능력을 따라서 죄를 용서받고 신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크게 기뻐하며 찬송하는 자이자, 동시에 오늘은 광야를 떠도는 것과 같은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 심은 대로 훗날 반드시 하늘에서 받을 영광을 기억하고, 비록 뿌리고 나서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꿋꿋이 영적인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구원받았다는 사실을 크게 기뻐하지만 거기에 머물러만 있지 않습니다. 그 이후에 광야를 건너는 것과 같은 힘들고 어려운 순례자의 삶을 사는 특징을 보입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여러 가지 씨앗을 뿌리는 것입니다. 힘들어도, 당장 열매를 얻지 못해도, 반드시 수확하게 되어 있다는 믿음으로 영적 씨앗을 뿌리며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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