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각 은사를 받은 대로 / 베드로전서 4:9-11 (230910. 주일예배) ▣
오늘 말씀은 “서로 대접하기를 원망 없이 하고...”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서로 대접하라”고 하였습니다만, 이 말의 기본 뜻은 “낯선 자를 사랑하다”는 뜻입니다. 낯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나와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나의 유익을 생각하지 않고 베푸는 사랑입니다. 내게 돌아올 이익이나 유익이 없음에도 베푸는 사랑인 만큼 이런 사랑을 베풀 때 받기 쉬운 시험이 바로 불평과 불만입니다. 서로 대접하되 원망 없이 하라고 한 것은 참 사랑에 따르는 이런 어려움과 시험을 경계하는 말씀이요, 자기를 희생하기보다는 항상 자기 이익을 먼저 챙기는 이기심을 경계하는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낯선 자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바로 앞에서 형제를 사랑하라고 한 말씀과 다르지 않음을, 형제 사랑의 한 구체적인 예임을, 나의 유익을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유익을 생각하는 ‘참 사랑’의 훌륭한 실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 은사를 받은 대로 하나님의 여러 가지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 같이 서로 봉사하라”고 권합니다. 내게 돌아올 이익이나 유익이 없음에도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생각하고 베푸는 이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부패한 성품을 지닌 우리로서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며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리하여 “은사를 받은 대로 섬기라”고 가르칩니다.
진정한 사랑은 오직 하나님의 능력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은사를 받은 대로 섬기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은혜로써는 이런 일을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께서 은사를 주어 감당하게 하시는 그 만큼만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신자는 이런 고귀한 사랑을 하나님께서 은혜 주시면 감당할 수 있으리라는 소망을 감히 품는 것과 아울러 내게 은혜 주신 만큼밖에 감당하지 못한다는 겸손한 자세도 잃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온전함에 이르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때마다 하나님께 감당할 은혜를 주시기를 구하는 것입니다.
“선한 청지기같이 섬기라”고, 또한 “각자가 서로에게 이렇게 하라”고 가르칩니다. 내 힘으로 감당하는 것이 아니기에 내가 내 것을 가지고 베푼다는 오만과 자랑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참 사랑으로 섬기는 일은 어느 한 사람의 몫이 아닙니다. 신자는 하나님으로부터 은혜를 입은 만큼 ‘나는 아무 것도 없어 다른 사람을 섬길 수 없다’고 할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으며, 반대로 ‘나는 모든 것을 갖추어 섬김을 받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할 만큼 부요한 사람도 없습니다. 신자가 서로 섬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각 사람이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사대로 서로 사랑하여 섬기는 만큼 무엇으로 섬기든지 자기가 자기 것으로 섬기는 것처럼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를 따라 섬기는 것이니 하나님께서 공급하시는 힘으로 섬기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랑으로 섬김이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인간의 모든 것은 가려지고 뒤로 숨을 수밖에 없으며 오직 하나님의 뜻과 능력과 영광만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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